이런 장면, 한 번쯤 겪어 보셨을지도 모릅니다. 늦은 오후,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갑니다. 아이는 하루 종일 친구들과 놀 때도, 노래할 때도, 장난감을 두고 다툴 때도 모두 영어를 썼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한국어로 “오늘 점심 뭐 먹었어?” 하고 물으면, 아이는 다 알아듣고도 영어로 대답합니다. “한국어로 말해 볼까?” 하면 한 문장은 애써 한국어로 하다가, 어느새 다시 영어로 돌아가 있습니다.

주말에는 한국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영상 통화를 합니다.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물으시는데, 아이는 화면 앞에서 웃고 고개만 끄덕입니다. 막상 자기가 말할 차례가 오면 머뭇거리다가 엄마를 돌아보며 영어로 말합니다. 통화는 생각보다 일찍 끝나 버립니다. 두 분은 나무라지 않으시지만, 전화를 끊고 나면 부모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집니다.

영어권에 사는 가정만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일본, 중국, 베트남, 독일에서 아이를 키우는 주재원 가정이든, 오래 해외에 자리 잡은 가정이든, 엄마 아빠 중 한 사람만 한국 사람인 국제결혼 가정이든, 아이가 유치원에서 쓰는 말만 다를 뿐 비슷한 장면을 겪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밖의 말은 쑥쑥 자라고, 집의 말은 점점 줄어듭니다

어린아이는 자기가 사는 곳의 말을 놀랄 만큼 빨리 배웁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선생님도, 친구들도, 노래도, 만화도 모두 그 나라 말입니다. 한국어가 들어설 자리는 저녁 식탁, 목욕 시간, 잠들기 전, 그리고 주말 정도만 남습니다.

그러다 보면 알아듣기는 하는데 말은 잘 못 하는 아이가 많아집니다. 아이 탓도, 부모 탓도 아닙니다. 아이는 그저 가장 많이 듣는 말을 쓸 뿐입니다.

언어를 연구하는 분들은 해외에서 자라는 아이의 한국어를 ‘계승어’라고 부릅니다. 아이가 자라는 곳이 아니라 집에서, 가족에게서 물려받는 말이라는 뜻입니다. 아이에게 한국어는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들과 이야기하는 말이고, 자장가와 동요, 엄마 아빠가 어릴 때 듣던 전래동화의 말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가 원한다면, 자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이해하는 문이 되어 줄 말이기도 합니다.

한국어를 지킨다고 해서 아이에게 어느 한쪽을 고르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아이가 말을 하나 더 갖는 것, 두 언어와 함께 자라면서 두 곳 모두에 마음 둘 곳이 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많은 가정이 해 보는 방법들

주말 한글학교를 찾는 가정이 많습니다. 한인회나 교회, 성당, 부모 모임이 꾸려 가는 곳도 있고, 선생님들의 정성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곳도 있습니다. 정말 귀한 자리입니다. 다만 모든 지역에 있는 것은 아니고, 세 살, 네 살 아이를 데리고 주말마다 먼 길을 오가는 일이 늘 쉽지만은 않습니다.

과외 선생님을 모시거나 온라인 한국어 수업을 듣게 하는 가정도 있습니다. 어린아이를 잘 이해하고 인내심 있게 가르쳐 주는 선생님은 정말 고마운 분이고, 그 수고에는 제대로 된 대가가 따라야 합니다. 그래도 한 달, 일 년 쌓이는 비용은, 아이가 두셋이라면 더더욱, 모든 가정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직접 가르치기로 하는 가정도 많습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을 차리고, 아이를 씻기고 나서 한글을 한 자 한 자 같이 짚어 줄 힘이 남는 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린아이에게 맞는 교재도 해외에서는 구하기 어렵고, 좋은 교재는 구독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독을 멈추는 달에는 아이의 공부도 함께 멈춥니다.

Dino Kids는 바로 그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모국어를 어떻게 지켜 줄지, 그리고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님들을 어떻게 도울지. 처음부터 이것이 Dino Kids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아이가 집에서 쓰는 말로 글자를 익히고 옛날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 공부가 이번 달 구독료를 냈는지에 달려 있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베트남어로 시작한 이 앱에 지금은 한국어 과목도 있습니다. 자음과 모음 두 칸으로 나뉜 한글 글자판에서 아이가 ㄱ을 누르면 “기역” 하고 글자 이름을 듣고, 이어서 그림이 있는 예시 낱말 “고양이”를 듣습니다. 한글 쓰기에서는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획순을 따라 한 획씩 써 봅니다. 일, 이, 삼… 하고 수를 세어 보는 숫자 세기도 있습니다. 앱 화면도 한국어로 볼 수 있습니다.

저희가 앱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부모님 목소리입니다. 부모님이 수업을 직접 녹음하면 합성 음성 대신 그 목소리가 나오고, 옛날이야기도 한 문장씩 녹음해 한 편을 다 채우면 부모님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한국어 과목도 녹음할 수 있어서, 한글 자모와 그림 낱말, 숫자를 부모님 목소리로 들려줄 수 있습니다. 한국 전래동화는 앱에서 읽어 주는 목소리로 들을 수 있고, 웹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수업은 기기 안에 들어 있어서, 비행기 안처럼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한 앱 안에 한국어, 베트남어, 일본어, 영어, 중국어가 있고, 아이마다 배울 언어를 부모님이 고릅니다. 미국에 사는 아이라면 한글과 영어 알파벳을, 일본에 사는 아이라면 한글과 히라가나를 한곳에서 함께 익힐 수 있습니다. 어느 한 언어를 위해 다른 언어를 내려놓지 않아도 됩니다.

이 모든 것을 쓰시는 데 돈은 들지 않습니다. 구독도, 앱 내 구매도, 광고도 없고, 돈을 낼 때까지 잠겨 있는 수업도 없습니다. 서버와 음성, 콘텐츠 비용은 Digi Dinos가 부담합니다. Dino Kids는 회사가 사회에 돌려드리는 프로젝트이지, 수익원이 아닙니다.

물론 앱 하나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부분입니다. 앱은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신할 수 없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는 교실을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아이의 한국어를 지켜 주는 것은 부모님이 아이 곁에 앉아 집의 말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Dino Kids가 그런 시간을 만드는 핑계가 되었으면 합니다. 웹에서 전래동화를 한 편 골라 아이 곁에서 읽어 주시거나, 일주일에 한 번 앱이 알려 드리는 아이의 한 주를 가족이 함께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집에서 해 볼 수 있는 작은 것들

저희는 언어 전문가가 아닙니다. 여기 적은 것은 부모님들끼리 자주 나누는 이야기일 뿐이니, 집집마다 맞는 방법을 골라 쓰시면 됩니다.

  • 하루에 한국어로만 지내는 시간을 정해 두세요. 길 필요는 없습니다. 저녁 식사 때든, 목욕할 때든, 잠들기 전 10분이든, 매일 있기만 하면 됩니다.
  • 잠자리에서 이야기를 읽어 주세요. 전래동화에는 해외 생활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말들이 담겨 있습니다. 호랑이와 곶감, 도깨비, 우물, 선녀 같은 말입니다.
  • 할머니, 할아버지 목소리를 자주 들려주세요. 가끔 길게 하는 통화보다 짧게라도 자주 하는 통화가 이어 가기 쉽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니러 오시거나 한국에 들를 일이 있으면, 이야기 한 편을 읽어 달라고 부탁해 녹음해 두세요. 아이가 두고두고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 억지로 시키지 말고, 너무 많이 고쳐 주지 마세요. 아이가 현지 말로 대답하면 그 말을 한국어로 가볍게 한 번 되받아 주고 대화를 이어 가면 됩니다.
  • 해 보려고 할 때 칭찬해 주세요. 서툴고 조사가 틀린 한국어 한 문장도 아이가 애써 꺼낸 한 문장입니다. 아이가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한국어로 말하는 게 즐겁다는 것이고, 바르게 말하는 것은 그다음에 따라옵니다.

같은 마음이시라면

Dino Kids는 지금도 조금씩 만들어 가는 중이고, 저희끼리 다 해낼 수는 없습니다. 저희와 같은 고민을 하시고 이 앱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으시다면 꼭 인사 나누고 싶습니다. 아이가 앱을 어떻게 쓰는지, 어디가 불편한지 들려주실 부모님, 해외에서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앱에 무엇이 빠져 있는지 아시는 한글학교 선생님,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쓰거나 들려주시는 분, 목소리가 따뜻하신 분, 번역이나 그림, 프로그래밍을 하시는 분 모두 반갑습니다. 작은 의견 하나도 큰 도움이 됩니다.

dinokids@digidinos.com으로 편하게 보내 주세요. 답장은 베트남어, 일본어, 영어 가운데 하나로 드립니다. Dino Kids에 무엇이 있는지 더 자세히 보고 싶으시면 소개 페이지를 봐 주세요. 그리고 앱이 댁에 도움이 되었다면, 멀리서 아이를 키우는 다른 가정에도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