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마지막 해가 되면 집집마다 한글 따라쓰기 학습지가 한두 권씩 생깁니다. 어떤 아이는 신이 나서 한 권을 다 채우고, 어떤 아이는 두 장 만에 연필을 내려놓습니다. 언니 오빠를 따라 네 살부터 쓰겠다고 조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여섯 살인데 아직 연필을 주먹으로 쥐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질문은 늘 같습니다. 한글 따라쓰기는 몇 살부터 시켜도 될까. 그리고 처음부터 바르게 하려면 무엇을 봐야 할까.
글자를 알아보는 이야기는 한글 떼기 순서와 나이에서 다뤘습니다. 이 글은 그다음, 손의 이야기입니다. 아이 손이 언제 준비되는지, 연필 잡는 법, 따라 쓰기에서 혼자 쓰기로 넘어가는 순서, 그리고 종이에 쓰기와 화면에 쓰기가 어떻게 다른지를 차례로 정리합니다. 이 글의 나이는 모두 만 나이입니다.
한글 따라쓰기, 몇 살부터?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쓰기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라고 하지 않습니다. 의사소통 영역의 「읽기와 쓰기에 관심 가지기」에서 쓰기에 해당하는 내용은 「자신의 생각을 글자와 비슷한 형태나 글자로 표현한다」 한 줄입니다. 바르게 쓰는 것보다 끄적이고, 그리고, 글자 비슷한 모양으로 「편지」를 쓰는 즐거움이 이 시기의 몫이라는 뜻입니다.
한글을 처음부터 가르치는 일은 초등학교가 맡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초등 1·2학년 국어의 한글 교육 시간이 크게 늘었고, 1학년 1학기 교과서는 한글을 몰라도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입학 전에 글씨를 완성해 둘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먼저 쓰고 싶어 한다면 막을 이유도 없습니다. 이때 나이보다 정확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아이 손이 글자를 이루는 선을 그릴 수 있는가? 「ㄱ」은 가로선과 세로선, 「ㅇ」은 동그라미, 「ㅅ」은 비스듬한 선 두 개입니다. 비스듬한 선을 아직 못 긋는 아이에게 「ㅅ」 따라쓰기는 힘에 부치는 일입니다.
소아 작업치료에서 쓰는 시각-운동 통합 검사(Beery VMI)를 보면, 아이들이 도형을 보고 따라 그리는 순서는 꽤 고릅니다.
- 2~3세 무렵: 세로선, 가로선, 그리고 동그라미.
- 4세 무렵: 더하기(+) 모양.
- 4세 반~5세 무렵: 비스듬한 선, 네모, 엑스(×) 모양.
- 5세~5세 반 무렵: 세모.
Weil과 Amundson(1994)은 미국 킨더가튼 아이들을 살펴, 이 검사의 앞쪽 도형 아홉 개를 엑스 모양까지 따라 그린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글자를 훨씬 잘 베껴 쓴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작업치료사가 「엑스를 그릴 수 있는가」를 쓰기 준비의 실용적인 신호로 봅니다.
집에서 확인하기도 쉽습니다. 엑스를 아주 천천히 그려 보여 주고, 그 옆에 아이가 따라 그리게 합니다. 비스듬한 두 선이 가운데에서 만나면 손이 거의 준비된 것입니다. 아직이라면 몇 달 더 그림 그리기, 색칠, 점토 놀이를 하면 됩니다. 늦은 게 아니라 준비하는 중입니다.
연필 잡는 법: 주먹 쥐기에서 세 손가락까지
아이가 연필을 쥐는 모양은 나이에 따라 바뀌고, 단계마다 모두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Schneck와 Henderson(1990)은 만 3~7세 아이 320명을 관찰해, 연필 잡기가 여러 단계를 거쳐 세 손가락으로 유연하게 쥐는 모양으로 나아간다고 정리했습니다. 대략 이런 흐름입니다.
- 주먹 쥐기(1~2세 무렵): 연필이 손바닥 안에 있고, 팔 전체가 함께 움직입니다.
- 손가락으로 덮어 쥐기(2~3세 무렵): 손등이 위를 향하고, 손가락들이 연필을 위에서 누릅니다.
- 세 손가락이지만 뻣뻣하게(3세 반~4세 무렵): 엄지·검지·중지로 쥐지만, 선은 손목째 움직여 긋습니다.
- 세 손가락으로 유연하게(4세 반~6세 무렵): 손가락 끝이 연필을 움직이고, 손목은 책상에 편히 놓입니다.
따라쓰기를 시작할 즈음의 목표는 3~4단계입니다. 내내 손 모양을 고쳐 주지 않고도 그쪽으로 가게 돕는 방법이 있습니다.
- 짧은 연필과 크레용: 반으로 부러뜨린 크레용, 많이 깎아 짧아진 연필. 짧으면 주먹으로 쥘 자리가 없어서 손가락이 저절로 세 손가락 모양을 찾습니다. 교정기를 사기 전에 먼저 해 볼 만합니다.
- 세워진 면에 그리기: 벽이나 냉장고 문에 종이를 붙이거나 이젤을 씁니다. 세워진 면은 손목을 쓰기 좋은 각도로 젖혀 줍니다.
- 작은 것 집는 놀이: 집게로 콩 옮기기, 단추 끼우기, 종이 찢기, 스티커 떼고 붙이기, 점토 주무르기. 모두 손가락 근육 연습입니다.
- 매번 고치지 않기: 시작할 때 한 번 일러 주고, 아이가 스스로 바르게 쥐었을 때 알아봐 줍니다. 계속 고치면 손에 익기도 전에 연필이 싫어집니다.
글씨를 쓸 때는 예쁜 글씨보다 세 가지가 먼저입니다. 허리를 펴고 발을 바닥에 대기, 종이는 몸 앞에 두고 다른 손으로 누르기, 그리고 한글의 기본 획순인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따라 쓰기에서 혼자 쓰기까지: 네 단계
시중의 한글 따라쓰기 학습지와 도안은 대개 선 긋기에서 시작해 자음·모음, 그리고 글자로 나아갑니다. 좋은 순서입니다. 다만 따라 쓰기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따라 쓰기는 이미 있는 길을 가는 일이고, 쓰기는 글자 모양을 스스로 떠올려 획을 놓는 일입니다. 집에서는 네 단계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 보기: 부모가 아주 천천히 쓰면서 「위에서 시작해서, 옆으로 가다가, 아래로」 하고 말로 짚어 줍니다.
- 따라 쓰기: 점선이나 흐린 선을 따라, 바른 방향과 바른 획순으로 씁니다.
- 보고 쓰기: 옆에 본보기를 두고, 선이 없는 빈칸에 스스로 씁니다.
- 혼자 쓰기: 본보기 없이 씁니다. 방금 그린 그림에 자기 이름을 적는 것처럼요.
2단계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게 해 주세요. 한 글자를 서너 번 깔끔하게 따라 썼다면 보고 쓰기로 넘어갑니다. 보고 쓴 글씨가 따라 쓴 글씨보다 삐뚤빼뚤한 건 당연하고, 바로 그때 손이 스스로 배우고 있습니다. 한글 떼기 순서와 나이에서 소개한 James와 Engelhardt(2012)의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아직 글을 못 읽는 4~5세 아이들에게서, 읽기와 관련된 뇌 부위는 글자를 따라 그린 뒤보다 직접 손으로 쓴 뒤에 더 활발했습니다.
어떤 자음·모음부터 쓸까?
ㄱㄴㄷ 순서를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 손이 이미 그릴 수 있는 선으로 된 글자부터 시작합니다.
- 곧은 선 하나·둘: ㅣ, ㅡ, 그리고 ㅏ ㅓ ㅗ ㅜ. 세로선과 가로선에 짧은 획 하나를 더하면 됩니다.
- 가로·세로로 꺾이는 자음: ㄱ, ㄴ, ㄷ, 그다음 ㅁ, ㄹ, ㅂ. ㄹ은 세 획, ㅂ은 네 획이라 조금 뒤에 둡니다.
- 동그라미: ㅇ은 이미 익숙한 동그라미라 일찍 써도 됩니다. ㅎ은 그 뒤에.
- 비스듬한 선: ㅅ, ㅈ, ㅊ은 마지막에. 엑스를 그릴 수 있게 되는 시기와 맞춥니다.
- 글자 모아 쓰기와 받침: 자음·모음이 손에 익은 뒤에 합니다. 「가」의 ㄱ은 세로획이 왼쪽으로 비스듬히 내려오고 「고」의 ㄱ은 반듯하게 꺾이듯, 모아 쓰면 자리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외로 일찍 해 볼 만한 것은 아이 이름입니다. 「지우」라면 ㅈ에 비스듬한 선이 있어도, 내 이름을 내 그림에 쓰고 싶은 마음은 어떤 순서보다 큰 힘이 됩니다.
유아 글씨 쓰기, 하루 몇 분? 너무 밀어붙인다는 신호
4~5세라면 한 번에 5~10분, 일주일에 몇 번이면 충분합니다. 아이가 지겨워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아직 더 하고 싶어 할 때 멈춥니다. 급하게 세 장보다 정성껏 한 장이 낫습니다.
이런 모습이 보이면 속도를 늦춥니다.
-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종이가 찢어질 만큼 꾹꾹 누르고, 손이 아프다고 합니다.
- 학습지를 피하고, 해 보기도 전에 울거나 「못 해」라고 합니다.
- 어른이 옆에서 지키고 있거나 상을 약속해야만 앉습니다.
대개는 게을러서가 아니라 손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거나 분량이 너무 많다는 뜻입니다. 한동안 그리기, 점토, 색칠로 돌아갔다가 다시 해 보세요.
종이 학습지와 따라쓰기 앱, 무엇이 다를까?
둘은 잘하는 일이 다릅니다.
- 종이에 진짜 연필로: 손은 누르는 힘, 종이의 마찰, 연필을 쥐고 버티는 법을 배웁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쓸 것이 바로 이것이고, 어떤 화면도 대신하지 못합니다.
- 화면에 손가락으로: 어디서 시작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바로 보이고, 글자를 읽어 주는 소리가 나며, 지우개로 종이를 찢을 일 없이 금방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아직 연필을 잘 못 쥐는 3~4세도 글자 모양과 획순은 연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면으로는 획순을, 종이로는 손을 익히는 것이 알맞은 나눔입니다. 앱에서 「ㄱ」을 몇 번 따라 쓰며 획순을 익혔다면, 연필을 들고 종이에 「ㄱ」을 써 봅니다. 세 손가락으로 쥐게 된 아이라면 터치펜을 함께 써도 좋습니다. 손가락보다 연필을 쥔 느낌에 가깝습니다.
Dino Kids의 ‘글자 쓰기’
Dino Kids의 ‘글자 쓰기’는 아직 글을 못 읽는 아이도 혼자 연습할 수 있게 만든 한글 따라쓰기 화면입니다.

- 한글 자모: 자음 19자, 모음 21자를 한 자씩 따라 씁니다.
- 한 획씩: 번호가 적힌 초록 점이 손가락을 댈 곳을, 획을 따라 놓인 화살표가 쓰는 방향을 알려 줍니다. 화면 위에는 지금 몇 번째 획인지가 보입니다. ‘다시 보기’ 버튼은 지금 쓰는 획의 본보기를 보여 주고, 소리 버튼은 글자를 읽어 줍니다. 아래에는 예시 낱말이 하나 있습니다.
- 별 0개도, 빨간 줄도 없습니다: 여러 번 어긋나면 앱이 길잡이 화살표를 다시 보여 주고 조금씩 너그러워져서,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글자를 끝까지 씁니다.
- 손가락이나 펜으로: 어린 아이는 손가락으로, 큰 아이는 iPad에서 Apple Pencil로 씁니다.

다른 언어도 배우고 있다면 그 언어 과목에도 같은 방식의 쓰기 칸이 있어 일본어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영어 알파벳 대문자·소문자, 중국어 과목의 첫 한자 39자(중국 기준 획순)를 따라 쓸 수 있습니다. 숫자 0~9는 수학 과목에서 씁니다.
앱이 하지 않는 일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한국어 쓰기는 자음·모음 단계까지이고, 자모를 모아 글자를 만들거나 받침을 넣어 쓰는 연습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종이 위의 진짜 연필, 그리고 아이가 그림 귀퉁이에 꾹꾹 눌러 쓰는 제 이름은 앱이 대신할 수 없습니다. 화면은 글자 모양과 획순을 기억하게 도와줄 뿐, 연필에 익숙한 손은 종이에서 자랍니다.
Dino Kids는 무료이며 광고와 앱 내 결제가 없고, 계정 없이 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수업은 인터넷 없이도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글 쓰기 페이지에 있고, 입학 전 걱정이 더 있다면 초등 입학 준비 글도 함께 읽어 보세요. 획 모양이 어색한 글자가 있거나 원하는 연습이 있으면 dinokids@digidinos.com으로 알려 주세요.
참고 자료
- 교육부, 2019 개정 누리과정 확정·발표 (2019. 7. 19.), 유치원 교육과정 고시문(교육부 고시 제2019-189호).
- 뉴스토마토(2017. 2. 19.), 확 바뀐 초등학교 1·2학년 교과서…글자 노출은 최소화.
- Weil, M. J., Amundson, S. J. C.(1994), Relationship between visuomotor and handwriting skills of children in kindergarten, American Journal of Occupational Therapy 48(11), 982–988.
- Schneck, C. M., Henderson, A.(1990), Descriptive analysis of the developmental progression of grip position for pencil and crayon control in nondysfunctional children, American Journal of Occupational Therapy 44(10), 893–900.
- Beery, K. E., Buktenica, N. A., Beery, N. A., Beery-Buktenica Developmental Test of Visual-Motor Integration(Beery VMI), Pearson — 도형 따라 그리기의 나이별 기준.
- James, K. H., Engelhardt, L.(2012), The effects of handwriting experience on functional brain development in pre-literate children, Trends in Neuroscience and Education 1, 3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