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조금 낮추고, 이를 닦고,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리면 익숙한 말이 들립니다. "엄마, 이야기 해 줘!" 매일 밤 하는 일인데도 문득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세 살이 이야기를 정말 알아들을까, 책을 읽어 줄까 그냥 말로 들려줄까, 몇 권이면 될까, 휴대폰으로 틀어 줘도 괜찮을까.

잠들기 전 이불 위에서 할머니가 제비와 박 덩굴이 그려진 그림책을 펼치고, 여자아이가 책장을 가리키며 이야기한다. 공룡 마스코트는 옆에 엎드려 있다

이 글은 잠자리 동화에 대해 연구와 공식 권고가 말하는 내용을 모으고, 3~6세 아이와 오늘 밤부터 할 수 있는 몇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언제부터 읽어 주면 좋을까

짧게 답하면 "빠를수록 좋고, 늦은 때는 없다"입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2014년 정책 성명에서 소아과 의사가 모든 부모에게 아기 때부터 소리 내어 책을 읽어 주라고 권하고, 적어도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이어 가도록 하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북스타트코리아가 지자체와 함께 아기와 보호자에게 그림책 꾸러미를 건네고 있습니다. 북스타트코리아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72%가 이 사업을 하고 있고, 꾸러미는 0~18개월, 19~35개월, 36개월부터 취학 전까지 연령별로 나뉩니다.

아기에게 '읽어 주기'는 그림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책장을 만지는 일입니다. 두세 살이 되면 짧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네 살에서 여섯 살 사이에는 처음과 끝이 있는 이야기를 듣고,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하고, 등장인물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하게 됩니다.

아이가 이미 세 살, 네 살, 다섯 살인데 아직 습관이 없다면 오늘 밤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혼자 글을 읽게 된 아이도 읽어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혼자서는 아직 버거운 긴 문장과 어려운 낱말을 귀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잠들기 전 책 읽기가 매일 밤 할 만한 이유

말과 어휘

책 속의 말은 일상 대화보다 풍부합니다. Logan 연구팀(2019)은 많이 읽히는 그림책 60권의 낱말 수를 세어, 매일 그림책 한 권을 읽어 주면 아이가 한 해에 약 7만 8천 낱말을 듣게 된다고 추정했습니다. 입학 전 5년 동안 합치면, 책을 자주 읽어 주는 집 아이는 전혀 읽어 주지 않는 집 아이보다 약 140만 낱말을 더 듣습니다. 이는 '들은' 낱말의 수이지 '익힌' 낱말의 수는 아니지만, 매일 밤 몇 쪽이 쌓이면 얼마나 커지는지 보여 줍니다.

1~6세 어린이 2,500여 명이 참여한 무작위 대조 시험 19건을 묶어 분석한 연구(Dowdall 연구팀, 2019)에서는, 부모에게 그림책 함께 읽기 방법을 알려 주는 프로그램이 아이의 언어 능력을 작지만 분명하게 높였습니다. 횟수가 너무 적은 프로그램은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길게 읽는 것보다 꾸준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Hutton 연구팀(2015)은 3~5세 어린이 19명이 MRI 안에서 이야기를 들을 때 뇌의 활동을 살폈습니다. 집에서 부모가 책을 더 많이 읽어 준 아이일수록, 뜻을 이해하고 장면을 떠올리는 데 관여하는 왼쪽 뇌 뒷부분이 더 활발하게 움직였습니다(가구 소득을 고려해도 같은 경향). 참여자가 적고, 책 읽기가 그 차이를 '만들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관련성이지만, 행동 연구에서 보아 온 결과와 맞아떨어집니다.

부모와 아이의 유대

AAP 성명은 어린아이와 꾸준히 책을 읽는 일이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단단하게 한다고도 말합니다. 밤은 하루 중 가족이 차분히 곁에 있을 수 있는 드문 시간입니다. 서두를 일이 없고, 아이는 안기고, 익숙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비슷한 일을 겪을 때, 어린이집에서 친구가 장난감을 빼앗아 간 일 같은 속마음을 꺼내는 아이도 많습니다.

규칙적인 잠자리 습관

Mindell 연구팀(2015)은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영국, 미국 등 아시아,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의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0~5세 아이를 둔 어머니 1만 명 이상에게 물었습니다. 잠들기 전 정해진 순서(불을 끄기 직전에 매일 되풀이하는 일들)가 있는 아이는 더 일찍 자고, 더 빨리 잠들고, 밤에 덜 깨고, 더 오래 잤습니다. 그 습관을 자주 지키는 집일수록 결과가 더 좋았습니다. 이후의 종설(Mindell과 Williamson, 2018)은 책 읽기와 자장가를 목욕, 양치, 안아 주기와 나란히 잠자리 습관의 한 부분으로 꼽았습니다.

이 연구도 부모의 응답에 기초한 것이라 관련성을 보여 줄 뿐입니다. 그래도 여기서 얻는 요령은 아주 간단합니다. 매일 같은 순서를 지키고, 이야기를 불 끄기 전 마지막 단계로 두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2019)는 3~4세 아이에게 낮잠을 포함해 하루 10~13시간의 질 좋은 잠과 규칙적인 취침·기상 시각을 권하고, 앉아서 보내는 시간에는 어른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라고 권합니다. 미국수면의학회(2016)의 권고는 3~5세 10~13시간, 6~12세 9~12시간입니다. 잠드는 데 어려움이 오래 이어지면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상의하세요. 잠자리 동화는 좋은 습관이지 치료가 아닙니다.

3~6세에게 읽어 주는 법

묻고 답하며 읽기: 아이를 이야기꾼으로

가장 많이 연구된 방법은 Whitehurst 연구팀이 만든 '대화식 읽기(dialogic reading)'입니다. 첫 실험(1988년)에서 세 살이 안 된 아이의 부모들은 한 달 동안 "예, 아니요"로 끝나지 않는 질문을 하고 아이의 대답을 조금 넓혀 돌려주는 법을 배웠습니다. 한 달 뒤 이 아이들은 보통 방식으로 책을 읽은 아이들보다 표현 언어 검사에서 뚜렷이 높은 점수를 받았고, 더 긴 문장으로 말하며 한 낱말로만 말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2007년 미국 교육부의 What Works Clearinghouse는 유아 300명 이상이 참여한 연구 5건을 검토해, 이 읽기 방법이 말하기 능력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핵심은 질문을 하나 하고, 아이의 대답을 칭찬하며 조금 넓혀 주고, 다시 물어 아이가 조금 더 길게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질문에는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의좋은 형제」를 예로 들면:

  • 이어 말하기: "형은 볏단을 지게에 지고 살금살금…" 하고 멈춰 아이가 잇게 합니다.
  • 떠올리기: "형은 왜 아우네 논에 볏단을 갖다 놓았지?"
  • 열린 질문: 그림을 가리키며 "형제가 무엇을 하고 있을까?"
  • 누가, 무엇을, 어디서, 왜: "볏단은 왜 하나도 줄지 않았을까?"
  • 내 생활과 잇기: "너는 동생(언니, 친구)한테 무엇을 나눠 준 적 있어?"

하룻밤에 다섯 가지를 다 쓸 필요는 없습니다. 잠자리에서는 두세 개면 충분합니다. 아이가 꾸벅꾸벅 졸면 그냥 조용히 읽어 나가세요. 시험이 아닙니다.

아이가 다시 말하게 하기

4~6세 아이는 이야기꾼이 되는 걸 좋아합니다. 다 읽고 나서 "오늘은 누가 아빠한테 이야기해 줄까?" 하고 물어보세요. 순서가 뒤섞이고, 장면을 빼먹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덧붙여도 괜찮습니다. 다시 말하기는 순서를 기억하고, 낱말을 찾고, 처음과 끝이 있는 문장으로 말하는 연습이고, 초등학교 생활에서 날마다 쓰는 힘입니다(아이의 초등 입학 준비 글도 함께 보세요). 더 어린 아이라면 부모가 이야기하고, 아이는 낱말 하나나 동물 소리로 끼어드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또 읽어도 괜찮습니다

"또 이거야?" 네, 그래도 좋습니다. Horst 연구팀(2011)은 세 살 아이들에게 일주일 동안 세 번 이야기를 읽어 주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해 들은 아이들은 다른 이야기들을 들은 아이들보다 새 낱말을 훨씬 잘 기억하고 오래 간직했습니다. 새 낱말을 들은 횟수는 두 무리가 같았는데도 그랬습니다. 아는 이야기는 잠들기 전 아이를 안심시키기도 합니다.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고른 한 편(대개 늘 듣던 이야기)과 짧은 새 이야기 한 편을 섞는 방법도 좋습니다.

목소리와 빠르기

  • 평소 말할 때보다 조금 천천히 읽고, 두근두근한 장면에서는 잠시 멈춥니다.
  • 인물마다 목소리를 살짝 바꾸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연극처럼 할 필요는 없습니다.
  • 아이가 그림을 보고, 책장을 넘기고, 좋아하는 것을 손가락으로 짚게 합니다.
  • 끝이 가까워지면 목소리를 낮추고 점점 천천히 읽습니다. 이야기는 낮에서 밤으로 건너가는 다리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고를까: 잠자리 동화 추천

짧은 옛날이야기는 잠자리에 잘 어울립니다. 말에 가락이 있고, 착한 인물과 나쁜 인물이 분명하고, 끝이 편안합니다. 우리 집 문화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는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어지는 끈을 하나 더 갖게 됩니다.

  • 짧게. 3~4세라면 몇 분이면 읽는 이야기가 알맞습니다. 긴 이야기는 이틀 밤에 나눠도 됩니다.
  • 잠들기 전엔 순하게. 호랑이나 도깨비가 쫓아오는 이야기는 낮에 읽어 주세요. 밤에는 「의좋은 형제」, 「흥부와 놀부」, 「오성과 한음」처럼 따뜻한 이야기를 고릅니다.
  • 교훈은 가볍게. 옛날이야기에는 이미 착한 마음, 정직함, 부지런함에 대한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끝에 훈계를 덧붙이기보다 "누가 제일 좋았어? 왜?" 하고 묻는 편이 더 오래 남습니다.
  • 아이가 고르게. 두 가지 중에서 고르게 하면 아이는 자기가 고른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입니다.

옛날이야기의 원래 모습에는 무섭거나 잔인한 장면도 있습니다. 아이의 나이에 맞게 부드럽게 바꿔 들려줘도 괜찮습니다. 옛 이야기꾼들도 늘 그렇게 해 왔습니다.

몇 분이면 충분할까

정해진 숫자는 없습니다. 연구가 말해 주는 것은 길이보다 꾸준함입니다. Logan 연구팀의 추정도 '하루 한 권'이 기준이고, 잠자리 습관은 자주 지킬수록 결과가 더 좋았습니다.

실제로는 짧은 이야기 한두 편과 몇 마디 대화, 10~15분 정도면 3~6세 아이 대부분에게 알맞습니다. Dino Kids의 옛날이야기는 한 편이 짧은 문장 20~40개 정도로, 천천히 읽어도 3~5분쯤 걸립니다. 바쁜 날에는 아는 이야기 한 편을 5분만 읽어도 건너뛰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두 편만 더 읽고 불 끄자" 하고 미리 말하고 그 약속을 지키면, 언제 끝나는지 알게 된 아이가 더 쉽게 마음을 놓습니다.

종이책일까, 휴대폰으로 들려줄까

솔직히 말하면 종이책과 부모의 목소리가 가장 좋습니다. 어린아이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Munzer 연구팀(2019)은 부모와 걸음마기 아이 37쌍이 종이책, 일반 전자책, 소리와 움직임이 들어간 전자책을 함께 읽는 모습을 녹화했습니다. 종이책일 때 부모는 더 많이 묻고 이야기했고, 아이도 이야기에 대해 더 많이 말했으며, 함께 읽는 모습도 더 많이 보였습니다. 태블릿일 때는 "거기 누르지 마" 같은, 기기에 대한 말이 늘었습니다.

잠들기 전 화면은 수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Hale과 Guan(2015)이 연구 67건을 살핀 종설에서는, 연구의 90%에서 화면을 보는 시간이 늦은 취침이나 짧은 수면과 관련이 있었습니다(학령기 아동과 청소년 대상). WHO는 3~4세가 앉아서 화면을 보는 시간을 하루 1시간 이내로, 적을수록 좋다고 권합니다.

그래도 가끔 기기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 소리만 있으면 됩니다. 화면을 엎어 두거나 아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두고, 밝기를 낮추고, 스크롤하거나 영상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 잠자리에서 아이 손에 기기를 쥐여 주지 않습니다. 재생도 정리도 어른이 합니다.
  • 할 수 있으면 함께 듣고, 이야기에 대해 한 가지를 물어봅니다. 읽어 주는 건 기계여도, 대화 상대는 부모입니다.
  • 화면으로 글자와 그림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와는 잠잘 시간보다 한참 전, 낮에 함께 봅니다.

부모가 바쁠 때는

늦게 퇴근한 날, 녹초가 된 날, 출장으로 떨어져 있는 날도 있습니다. 부담이 되지 않게 습관을 이어 가는 몇 가지 방법입니다.

  • 번갈아 가며. 엄마 하루, 아빠 하루. 할머니, 할아버지, 언니, 형도 읽어 줄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잘 읽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입니다.
  • 책 없이도. 어릴 때 들은 옛날이야기를 어두운 방에서 말로 들려주는 것도 온전한 이야기 시간입니다.
  • 아는 이야기를 짧게. 피곤한 밤에는 아이가 외우는 이야기를 읽어 주세요. 아이가 따라 하거나 대신 이야기해 줄지도 모릅니다.
  • 미리 녹음해 두기. 여유 있는 날 몇 편을 녹음해 두면, 집을 비운 밤에도 아이가 가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하는 방법은 엄마 아빠 목소리로 전래동화 읽어 주기에 있습니다.
  • 스스로를 탓하지 않기. 하루쯤 건너뛰어도 괜찮습니다. 습관은 끊김 없는 기록이 아니라 대부분의 밤으로 지켜집니다.

Dino Kids가 도울 수 있는 것, 도울 수 없는 것

웹에서는 옛날이야기 페이지에서 한국 옛날이야기 100편을 3~6세가 알아듣는 짧은 문장과 쉬운 낱말로 읽을 수 있습니다. 「흥부와 놀부」, 「콩쥐 팥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의좋은 형제」 같은 이야기입니다. 설치할 것 없이 휴대폰으로 열어 부모가 소리 내어 읽어 주면 됩니다. 글은 Dino Kids가 옛날이야기를 바탕으로 직접 다시 쓴 것이고, 원래 이야기의 폭력적인 장면은 부드럽게 바꾸었습니다.

앱에서는 '이야기'에 다섯 언어(베트남어, 일본어, 영어, 한국어, 중국어)의 옛날이야기 500편이 있고, 언어마다 그 문화의 이야기가 100편씩 들어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읽어 주고, 읽는 문장이 목소리를 따라 밝게 빛나며, 빠르기는 '느리게', '보통', '빠르게' 세 가지입니다. 일부 이야기는 한 문장에 그림 한 장이 붙은 '그림책'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내 목소리로 이야기 읽기'에서는 부모가 한 문장씩 소리 내어 녹음할 수 있고, 한 편을 다 녹음하면 아이가 그 이야기를 열 때 부모님 목소리가 나옵니다.

앱은 무료이고, 광고도 앱 내 구매도 없으며, 계정 없이 쓸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처음 열 때는 낭독 음성을 내려받느라 인터넷 연결이 필요하고, 한 번 받으면 인터넷 없이도 들을 수 있습니다. Dino Kids는 Digi Dinos가 사회를 위해 만드는 앱이고, 수익을 위한 통로가 아닙니다.

앱이 대신할 수 없는 것: 품에 안기는 온기, "넌 어떻게 생각해?"라는 물음, 마지막 장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 앱에 들어 있는 낭독은 합성 음성이라 또렷하지만, 아이가 물어볼 때 멈춰 줄 줄은 모릅니다. 앱은 책장처럼 쓰시고, 아이에게 가장 좋은 이야기꾼은 여전히 부모님입니다. 아이에게 맞지 않는 이야기가 있으면 dinokids@digidinos.com으로 알려 주세요.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