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주머니
이야기를 주머니에 가두어 두기만 하던 도령이 이야기들에게 혼쭐이 날 뻔한 이야기예요.
옛날 옛날에,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 도령이 살았어요. 도령은 누가 이야기를 해 주면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어요. 그런데 도령은 들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나도 들려주지 않았어요. 도령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주머니에 쏙쏙 집어넣었어요. 그러고는 주머니 끈을 꽁꽁 묶어 벽에 걸어 두었어요. 몇 해가 지나자, 주머니는 이야기로 빵빵하게 부풀었어요.
도령이 자라서 장가를 가게 되었어요. 장가가기 전날 밤, 주머니 속에서 소곤소곤 말소리가 들렸어요. “아이, 답답해. 우리를 이렇게 가두어 두다니!” “우리도 밖에 나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어.” “내일 도령이 장가가는 날, 우리가 혼을 내 주자!” “나는 길가의 샘물이 되어서, 도령이 마시면 하루 종일 딸꾹질을 하게 할 거야.” “나는 빨간 산딸기가 되어서, 도령이 먹으면 너무 시어서 눈물이 쏙 나게 할 거야.” “나는 커다란 개구리가 되어서, 신부 방에 숨어 있다가 펄쩍 뛰어나올 거야.” 마침 방 앞을 지나던 머슴이 이 이야기를 몰래 엿들었어요.
다음 날, 도령은 말을 타고 신부네 집으로 떠났어요. 머슴은 말고삐를 잡고 앞장섰어요. 길가에 맑은 샘물이 퐁퐁 솟고 있었어요. “목이 마르구나. 물 좀 마시고 가자.” “도련님, 안 됩니다! 어서 가셔야 해요.” 조금 더 가니 빨간 산딸기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어요. “아, 맛있겠다. 몇 개만 따 먹자.” “도련님, 그것도 안 됩니다!” 도령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머슴의 말을 들었어요.
밤이 되어 도령이 신부 방에 들어가려고 하자, 머슴이 먼저 뛰어 들어갔어요. 머슴은 이불 밑에 숨어 있던 커다란 개구리를 찾아냈어요. 개구리는 개굴개굴 울며 창밖으로 폴짝 뛰어 달아났어요. 그제야 머슴은 도령에게 지난밤에 들은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어요.
도령은 얼굴이 빨개졌어요. “이야기들아, 미안해. 그동안 많이 답답했지?” 도령은 집으로 돌아와 주머니 끈을 활짝 풀었어요. 그리고 마을 아이들을 모아 놓고 주머니 속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주었어요. 이야기들은 신이 나서 이 사람 저 사람의 입을 타고 멀리멀리 퍼져 나갔어요. 그래서 이야기는 꼭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어야 한답니다.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를 Dino Kids가 아이를 위해 다시 썼습니다(CC0).
이 이야기를 목소리로 듣기
Dino Kids 앱에서는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를 읽어 주는 목소리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읽고 있는 문장이 밝게 빛나고, 어린 귀를 위해 빠르기도 세 가지입니다. 부모님 목소리로 직접 녹음해 들려줄 수도 있습니다. 무료이며 광고와 앱 내 구매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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